본문 바로가기
타이만 로그

리퀴드 러브, KPC 라울 PC 키르

by 라리Ω 2024. 9. 20.
 
 
2024.09.07.
 
...
 
겨울의 한복판.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는 시기.
 
이런 날에 가볍게 입고 나갔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딱 좋죠.
 
올해 겨울은 신종 독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없게도... 라울이 독감에 걸렸다는 소문이 전해집니다.
 
바보. 그러게 코트 좀 제대로 입고 다니라니까.
 
며칠 직장에 안 보였다는 말도 들었죠. 그 일벌레가 나오지 못할 정도였으니, 제법 심한 독감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연락 한 번이 없냐... 그렇게 생각할 즈음.
 
우웅─
 
전화기가 울립니다.
 
키르:(누구지? 번호 확인한다)
(스팸이면 안 받음)
 
라울. 당신이 아는 그 번호입니다.
 
키르:새끼 전화 한 번 없더니 이제야 해? (받는다.) 어, 왜?
 
라울:
 
키르:(독감 걸렸다는거 진짜인가 보네...) 뭐, 딱히 기다린 것도 아니고 괜찮아. 그보다 감기 걸린거야? 독감이라고 듣긴 했는데. 많이 안 좋아 보이네.
 
라울:
 
키르:내가? 내가 전문 간호인도 아니고... 아픈 사람 돌보는건 해본 적이 없어서. (잠시 고민) 서툴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PM 00
PM 00
 
키르:말은 잘해. (피식) 그래, 그럼.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이거 그냥 해주는거 아니니까 나중에 다 갚아야 된다? 현관 번호는 됐고, 금방 갈게.
 
전화가 끊깁니다.
 
...기운이 없고, 갈라지는 목소리. 처음 듣는 라울의 톤입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묘하게 들뜬 느낌이었죠. 당신의 방문에 기대하는 걸까요... 뭐, 아픈데 혼자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지금은 벌써 오후. 아마 그의 집에 도착할 때면 밤일 겁니다. 서둘러 출발해야겠어요.
 
키르:(간병 차 가는 거니까 죽이라도 사가자. 죽 사들고 바로 라울 집으로 향한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들고 라울의 집으로 향합니다.
 
...
 
시간은 어느새 야심한 밤.
 
익히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평소보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차분한 느낌의 집안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아픈 동안 청소도 못했나보죠. 평소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인간이 아닌데...
 
라울:...왔습니까? (벽에 몸을 기대고 힘겹게 말한다.)
 
평소 입지 않는 희고 널널한 티셔츠, 열기가 잘 빠질 법한 품이 큰 면바지... 아프다는 게 거짓은 아닌가봅니다.
 
키르:(귀여운데) 뭘 나와 있기까지 해.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얼른 들어가. 저녁은 먹었어?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들어가 포장한 음식 꺼낸다.)
 
라울:그래도 손님이 온 건데... 맞이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틀거리며 당신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이마를 비비적거리며 기댄다.) ...아뇨. 사과는 하나 먹었는데 소화가 잘 안 돼서...
 
키르:갑자기 웬 어리광이야? (웃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준다.) 그래도 뭘 먹긴 해야지. 안 먹으니까 몸에 힘이 없어서 안 낫는거야. 리조또 사왔으니까 일단 먹어. 차려줄게.
 
라울:...예. 쓰다듬을 받고 비틀비틀 식탁으로 간다. ...조금만 덜어줘요. 지금 뭘 삼키기도 힘든 지경이라서...
 
키르:그래,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둘 테니까 나중에 데워먹고. (찬장에서 그릇 꺼내서 반만 덜어 올린다.) 여기서 먹을래? 앉아있기 불편하면 방에 들어가도 돼. 내가 치우면 되니까.
 
라울:아닙니다. 앉은 김에 여기서 먹고 들어가죠. (콜록. 기침한다.) ...몸이 이래서, 며칠 좀 더 봐주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습니까. (흘끔 당신을 본다.) ...뭐, 원하는 게 있으면 최대한 맞춰줄 테니 무급 노동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고...
 
키르:그 정도로 안 좋아? 이미 며칠 지난 줄 알고 있었는데. (손 뻗어 열 재보며) 병원은 갔다 온거지? 의사가 뭐래? 약은 먹고 있고?
 
라울:먹었죠. 며칠 입원 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그래도 곧 낫는다고는 들었습니다. (콜록.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며칠 수복하는 것만 도와주면 됩니다. 별일 아닐 거예요.
 
키르:그래? 열은 안 나는거 같은데. (손 거두고) 그런 것치곤 너무 빌빌대잖아. (턱 괴고 빤) 나도 직장이 있는데 며칠씩 네 옆에 붙어서 병간호 해주는건 힘든거 알지? ...아무한테나 해주는거 아니니까 고마운 줄 알아.
 
라울:그럼요. 빨리 나을 테니 걱정 마시고. (리조또를 한 숟갈 떠먹으며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낸다.) 내 집에 있는 동안 생활비는 이거로 쓰십시오. 어차피 식재료라도 사오려면 돈이 드니까. ...물론 상식적인 선에서. (당신을 빤히 본다...) 적당히.
 
키르:(카드 낚아채 제 주머니에 넣으며) 허, 내가 뭐 이걸로 이상한 거라도 사올까봐? 진짜 딱 필요한 것만 살테니까 걱정마. ...내가 쓸 물건도 필요한 건 맞잖아? (헛기침) 아무튼 걱정 말고 빨리 낫기나 해. 걱정 그만 끼치고.
 
라울:... (약간 의심...) ...예. (피식 웃는다.) ...그래도 말동무라도 생기니 좋군요.
 
리조또를 꾸역꾸역 먹는 그의 모습은... 보기 드물게 수척합니다.
 
그렇게 오래 아픈 것도 아니었던 거 같은데... 못 본 것도 고작 며칠 뿐입니다.
 
꽤나 고생했나보죠. 아까 이마를 만졌을 때도 어쩐지... 온기가 부족했었으니까요.
 
방 안은 따스한데, 라울은 자꾸만 몸을 떱니다.
 
한기가 있나...
 
잠시 시간이 지나고, 라울은 식사를 끝마칩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약을 하나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것 같네요.
 
그래도 당신이 곁에 있어서인지 라울의 표정은 처음보단 많이 밝습니다. 지친 기색은 남아 있지만요.
 
라울:...벌써 또 졸리군요. 이상하게 병원에 다녀온 후로는 일어난 지 12시간만 지나도 잠이 몰려와서...
 
키르:약기운 때문 아니야? 진정제 성분이 있을 테니까. 졸리면 버티지 말고 자. 이불 꼭 덮고. 난 이거 치우고 들어갈게. (그릇 싱크대에 넣으며)
 
라울:...예. 방은... (콜록.) ...익히 아는 곳 쓰면 됩니다. 저번에 침구 청소도 다 해뒀으니 걱정 말고. 난 먼저 들어가 잘게요. (머뭇.) ...고맙습니다, 키르.
 
키르:아픈 와중에 준비는 다 해뒀어? (아프기 전에 해둔 거겠지만) 그래, 고마운 줄 알면 됐다.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바로 갈게. (손 흔들)
 
라울은 잠 자러 들어가고, 남은 건 당신이네요.
 
간단한 설거지를 끝내고 나면 할 일은 끝입니다.
 
일단 오늘은 이것만 해도 될 것 같으니... 당신도 슬슬 자볼까요. 남은 일은 내일 처리해도 될 테니 말이에요.
 
키르:할 일도 없는데 나도 잠이나 잘까. (기지개 한 번 켠다. 여기서 자본 게 한두번도 아니고 이젠 낯선 기분이 들지 않아. 아픈 사람은 잘 자고 있나 한 번 확인해 봅니다)
 
그는 이미 잠든 모양입니다. 작고 일정한 숨소리가 들리네요.
 
키르:흠. 잘 자. (숨 쉬기가 힘든건 아닌가 보네. 내가 의사도 아니고 봐도 모를 테니 문 살짝 닫고 이만 자러 간다.)
 
익숙하고 부드러운 침구가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이곳에서 혼자 잠드는 건 처음이지만...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네요. 옆 방에 라울이 있으니까요.
 
조금 지쳐서 그런 걸까요. 당신은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쉽게 잠에 빠집니다.
 
...
 
꽤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불현듯 눈을 떴을 때는 밤 특유의 푸른색 빛이 방을 은은히 감돌고 있습니다.
 
눈을 뜬 건... 부스럭거리는 인기척 때문.
 
라울의 방에서 들리는 듯합니다.
 
키르:음... 라울? 일어났어? (눈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일 있으면 부르라니까. (비척비척 라울 방으로 가며)
 
...흐릿한 달빛으로 방 안의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라울의 침대 옆에 누군가 서 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얼굴로요.
 
라울. 또 다른 라울이 라울의 침대 옆에 서 있습니다.
 
새벽 비인가요. 어딘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먹먹한 소리가 들립니다.
 
서 있는 라울은 누워 있는 라울을 향해 고개를 서서히 숙이고...
 
관찰 판정.
 
키르: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른거리는 빛에 의지해 이 상황을 자세히 지켜봅니다.
 
라울... 은 라울의 뺨에 다정하게 입술을 맞댑니다.
 
고개를 든 그가... 당신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라울이... 둘?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몸을 움직이려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패닉인지, 악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라울... 그러니까, 서 있던 라울이 무표정으로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옵니다.
 
큰 손이 당신의 눈에 닿고, 자연스럽게 눈꺼풀이 내려갑니다.
 
...꿈일까요? 꿈이겠죠. 악몽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라울이 두 명일 리가 없죠.
 
...아마 그가 걱정되어 꾸는 꿈일 겁니다.
 
몸이 무거워지며 다시 깊은 잠으로 스며들고,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또한 서서히 멀어집니다.
 
...
 
옅은 아침 햇살이 눈을 찌릅니다.
 
음... 조금 늦은 잠을 잔 아침인가요?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걸 보니 라울은 이미 깬 것 같습니다.
 
키르:...뭔 개꿈이야... (이상한 꿈 때문에 기분이 이상하다. 얼굴 찹찹 두드리며 정신 차린다.) 야, 라울. 일어났어? 먼저 일어났으면 좀 깨우지. (밖으로 나가며)
 
라울:...아. 많이 졸린 것 같아서. (뒷목을 주무르며 당신을 돌아본다.) 조금 더 자게 뒀습니다. 몸은, 뭐 아픈 곳은 없죠? 괜히 독감이 옮았다거나, 설마... (약간 불안한 표정.)
 
키르:아니, 완전 건강해. 이상한 꿈 꾼 것만 빼면. (얼굴 문지르며) 너는? 오늘은 좀 어때? 나아진거 같아?
 
라울:글쎄요... 그냥, 그렇습니다. 아직 몸이 서늘한 것도 남아 있고, 조금 어지럽고... (어색하게 웃는다.) 조금 피곤하군요...
 
키르:추워? (다시 열재본다.) 어제는 열이 없었는데. 담요 갖다줄까? 일단 앉아있어. 아침 차려줄게.
 
...묘하게 느낌이 이상합니다.
 
라울의 피부가... 뭐랄까요, 말캉합니다. 어른의 피부를 만지는 게 아닌... 어린 아이의 젖살... 같은 걸 만지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볼을 만진 것도 아니고, 이마를 만진 건데.
 
마치 뼈가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물컹합니다.
 
손가락으로 찌르면 쿡 들어갈 것처럼요.
 
SAN 0/1
 
키르: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라울: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그 정도로 춥진 않은데, 그냥... 조금 허한 느낌...
 
키르:야, 너... (이마 문질문질하며 다시 만져본다... 이거 진짜야??)
 
라울:(당황한 표정.) ...예?
 
여전히 미묘한 말랑함이 남아 있습니다.
 
고체보단... 부정형 고체. 그러니까... 슬라임을 만지는 느낌이... 묘하게 드네요.
 
키르:(꾹 눌러서 확인해보고 싶은데 겁난다. 터지거나 흘러내리거나 움푹 패이면 어떡하지.......) 잠깐 가만히 있어봐... (용기내서 이마 꾹 눌러본다...)
 
라울:...? 예... (얌전히 있는다.)
 
꾹... 누르면...
 
...단단한 게 걸립니다. 뼈인가요. 액체처럼 터지지는 않지만, 묘하게 살이 물렁해진 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데... 착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키르:하.., 씨발, 놀랐네... (단단한게 걸리자 안심한 듯 손을 놓는다.) 아니, 그냥 오늘따라 피부가 좀 물컹?한것 같아서? 뭔가 몸이 이상하거나 않아?? 너도 만져봐. (손 잡아 이마에 올려준다.)
 
라울:...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린다. ...) ...별 이상 없는 것 같은데... ... (...빤히 봄.) ...며칠 아파서 피부 쳐졌다고 놀리는 건지...? (...)
 
키르:아니 놀리는게 아니고 진짜라니까? (내 착각인가? 이상한데... 볼 꾹 눌러보고 팔도 눌러본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몸이 둔해져서 못 느끼는거 아냐?
 
라울은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입니다.
 
이 인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면 그가 다녔던 병원이라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어제 며칠 입원을 했다고 했었죠?
 
키르:안되겠다. 오늘 나랑 같이 어디 좀 나가자. 너 전에 갔었던 병원 어디야? 의사한테 좀 물어보게.
 
라울:예? 그게 무슨...
 
라울이 말한 위치는 시가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병원. 숲 근처에 있는 것으로 유명한, 규모가 꽤 있는 종합 병원입니다.
 
아무래도 요양원에 가까운 용도로 지어진 건물인지라 도심과는 거리가 꽤 있었죠.
 
이곳에서 병원까지는 차로 한 시간 조금 더 달려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키르:빨리 옷 입어. 잠깐 나가는 것 정돈 괜찮지? 가자. (눈곱 대충 떼고 겉옷 걸쳐입으며)
 
라울:(? 여전히 황당한 표정으로 대충 옷 걸침...)
 
라울을 끌고 나왔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하나요?
 
키르:(갑니다 라울 차 있겠지? 내가 운전한다.)
 
라울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합니다.
 
차는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국도로,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향합니다.
 
숲 입구에는 방문객을 막는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네요.
 
마침 밖으로 나온 경비원이 말합니다.
 
말을 남긴 경비원은 천천히 바리게이트를 치워 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내어줍니다.
 
키르:병원 들렀다가 금방 나올거라 괜찮습니다. 근데 여기 숲에서 뭐 나옵니까? 왜 6시에 통제합니까? (차에서 머리 내밀고 경비원한테 물어본다.)
 
키르:(그렇군.) 그럼 다행이고요. 수고하십쇼. (고개 끄덕여 인사하고 다시 간다.)
 
경비실을 지나쳐 병원을 향합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까지 지나다니는 차는 단 한 대도 안 보이네요. 원래 이렇게 조용한 병원일까요?
 
코너를 돌아 병원 앞에 다다르자, 큰 호수를 끼고 있는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3층 짜리 건물에... 규모가 꽤 크네요. 왜 요양원을 겸한다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러나... 병원치고는 놀랍도록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병원의 내부와 외부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키르:...너 이런 병원을 굳이 찾아서 온 거야? (차 타고 들어가며 외부를 살펴본다. 주차도 해야 하니까.)
 
라울:며칠 입원해야 했으니까요. 기왕이면 좀 조용한 곳에서 요양하려고 했지.
 
호수 근처에 작은 주차장이 눈에 띕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네요.
 
키르:아니... 어떻게 차가 한 대도 없어. 지금 운영하는거 맞아?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차 세우고 내린다. 병원이 운영하는 중인지 밖에서 살펴볼 수 있나요?)
 
살펴보긴 어렵습니다. 외관 상 멀쩡해보이긴 하는데... 아무래도 내려서 찾아봐야겠어요.
 
라울:여긴 병원 외부가 좀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별로 안 들리고. 가끔 호수를 보러 오는 사람도 몇 있었는데, 요즘은 있는지 잘 모르겠군요.
 
키르:그래? 주변이 숲이라 조용하긴 하겠다만. (그래도 이렇게 조용한 건 좀 소름 끼치는데... 조용한 걸 넘어서 인기척이 없잖아! 환자 손 꼭 잡고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병원 내부로 이동합니다.
 
...
 
내부는 고요합니다.
 
층고가 상당히 높네요. 발소리가 넓은 로비에서 크게 울립니다.
 
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채광은 상당히 좋기에 인공 불빛이 없이도 내부가 밝습니다.
 
벽면에 건물 안내가 적혀 있군요.
 
1층은 데스크, 2층은 치료실. 3층은 병실입니다.
 
키르:내 평생 이렇게 조용한 병원은 처음이다. (어쩐지 분위기에 맞춰 목소리가 작아진다. 정숙해야 하는 곳도 아닌데. 일단 접수부터 해야겠지? 건물 안내 휙 보고 데스크로 다가간다.) 실례합니다. 접수하려고 하는데요.
 
...
 
...?
 
데스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키르:뭐야?
 
그새 폐업이라도 한 걸까요...?
 
아주 얕게 먼지가 쌓인 소파와 의자, 책상들이 쓸쓸해보입니다.
 
딱히 눈에 띄는 점은 없고, 안내 데스크, 그리고 그 뒤에 작은 철문에 눈에 들어옵니다.
 
키르:...... (라울 쳐다봄)
너 왔을 때도 이랬어?
 
라울:...설마요. 전 정상적이게 접수하고, 치료까지 받고 퇴원했습니다만.
 
키르:진짜 그새 폐업한거야?? 설마 아니겠지... (안내 데스크에 사람이 있었던 흔적 같은 건 없을까요? 컴퓨터가 켜져 있다던가)
 
안내 데스크에 서류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네요.
 
...이 인간들은 자료 파기도 안 하고 사라졌나...
 
양은 꽤 많습니다만... 이 안에서 쓸모 있는 정보를 건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키르:(씁 모르긴 하는데 그래도 한 번 봐불까 주사위 굴려야 하나요?)
 
서류를 훑어보려면 자료조사, 혹은 행운 판정을 통해 가능합니다.
 
키르:(자료조사 하겠습니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
 
흠... 이해하기 어려운 서류들은 아니군요. 전부 환자 진료 차트로 보입니다.
 
휘갈겨져 있는 글씨나 병명, 약명들은 이해할 수 없으나 그 외의 것들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찾기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는 차트를 발견합니다.
 
라울. 여기 와서 진료를 본 게 정말 맞군요?
 
독감 관련으로 간단한 의사 소견이 적혀 있습니다. 무언가를 처방 받은 것도 확실해 보이고요.
 
보라색 도장은... 조금 특이하네요. 다른 서류들에는 이 도장이 없었던 거 같은데?
 
키르:흠...독감이 뭐 별 거라고 특별히 표시할게 있나? (머리 굴려도 생각나는게 없다. 라울 서류나 한 번 자세히 읽어본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중에 다른 특별한 건 없나요?)
 
다른 특별한 건 없습니다. 조금 신경 쓰이는 건 처음 보는 보라색 도장 표시뿐... 나머지는 평범한 차트입니다.
 
라울:...이런 건 다 파기하고 잘 보관해둬야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
 
키르:먼지 쌓인 거 보여? 내가 보기엔 여기 이미 문 닫은거 같은데. 데스크에 사람도 없고. (다른 환자나 방문객들도 로비에 없는 건가요?)
 
사람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키르:...너무 조용하니까 좀 소름 끼치네. (철문에 다가가 잠겨있나 확인해 본다.)
 
꽤 옛날식 잠금이 되어 있는 걸 확인합니다.
 
열쇠가 있으면 열 수 있을 듯한데...
 
키르:(그냥 부수면 안됨? 누가 있으면 부수면 나오지 않을까)
 
...해볼래요?
 
키르:(네!!! 배상은 라울이 할거야 그러라고 카드 준거잖아ㅎㅎ)
 
ㅋ... 그렇다면 근력 판정입니다.
 
키르:(간다 내게 힘을 줘 라울의 신용카드)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라울:(;;)
 
쾅! 소리와 함께 문이 흔들립니다.
 
...만, 당연하게도 열리지는 않습니다.
 
몸이 얼얼하네요.
 
키르:쯧.
아, 안 열리네. 카드 좀 써보나 했더니.
 
라울:...?!
 
키르:이러라고 준 거 아니야? (뻔뻔)
 
라울:... (옆눈.) ...이럴 거면 돌아갑시다.
 
키르:아직 아무것도 못 알아냈는데 어떻게 돌아가. 문 닫은거 보니까 더 수상해. 돌팔이가 너한테 이상한거 먹인거 아니야? 2층 가보자. 아직 누가 있을 수도 있잖아.
 
라울:뭐... 확실히 아무도 없는 게 이상하긴 하군요. 그럽시다.
 
2층으로 이동합니다.
 
대기 장소로 쓰이는 복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치료실인 것 같군요. 다만... 카드 리더기가 달린 유리문으로 막혀 있어 당장은 들어갈 수가 없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카드 키가 필요할 것 같은데...
 
키르:(신용카드 대본다.)
 
라울:...
 
되겠냐고
 
키르:아, 안되네. 이거 언제 쓰지?
(유리문 바짝 붙어서 안쪽 살펴본다. 여기도 아무도 없나?)
 
사람은 안 보입니다.
 
라울:...우리 지금 되게 도둑 같은 거 압니까?
 
키르:에헤이! 도둑이라니. 우리는 지금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게 맞는지 확인하러 온거야. 너의 건강권이 침해당했을지도 모른다고!
 
라울:그러면 정보 공개 신청을... 됐습니다... (에혀.)
설마 이 문도 부술... 생... 생각은 어 없죠...? (...)
 
키르:부술까? 네가 그러고 싶다면. (주먹 꽉)
 
라울:... (...) 당신은 영화 주인공이 아닙니다... (어깨 잡고 돌려나감...)
 
키르:(아깝다 라울이 싫다니까 카드라도 찾아보자 3층으로 올라갑니다)
 
3층으로 이동합니다.
 
병실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전부... 비어 있군요.
 
키르:네가 왔을 땐 사람이 있었지? 얼마나 있었어? 이렇게 며칠 새로 문 닫을만큼 텅 비어있었어?
 
라울:...아뇨. 꽤 있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당장 같은 병실에도 사람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뭔가 말을 했었던 것 같군요. ...병원이 이상하다고 그랬던가...
 
키르:그 사람이 뭐라고 했었는데? 더 자세히 말해봐.
 
라울:...혼자 중얼거렸던 거라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납니다. 그냥, 뭔가 좀 이상하다고...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키르:하, 평소라면 미쳤다고 했겠지만 지금 꼬라지를 보니까 진짜였나 본데. 넌 어디에서 지냈었어?
 
라울:여기서 조금 더 안쪽입니다. (복도 안쪽을 향해 손가락질.)
 
키르:(라울이 가리킨 곳으로 가봅니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다른 병실들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독특하네요.
 
아늑하고... 일반 가정집의 느낌이 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라울이 자신이 묵었던 병실에 도착해 먼저 발을 멈춥니다.
 
다른 방과 동일하게 되어 있네요.
 
라울:저는 왼쪽, 그 사람은 오른쪽을 썼습니다. (오른쪽 침대를 가리킨다.)
 
침대, 서랍, 테이블, TV가 보이네요.
 
키르:구조가 특이하네. 요양병원이라도 이렇게 가정집처럼 꾸며놓은건 처음 봐. (라울이 누웠던 침대부터 살펴봅니다)
 
말끔합니다. 잘 정리가 되어 있네요.
 
키르:...아무것도 없네. (당연히 환자가 퇴원하면 다 정리를 하겠지. 오른쪽 침대도 살펴본다.)
 
이쪽은... 조금 이상합니다.
 
정리가 안 되어 있네요. 누웠다가 일어난 모습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라울:...? 더럽군요.
 
키르:더럽네.
전혀 정리가 안된 느낌? 병원 폐업했다고 정리도 안하고 그냥 냅둔건가? (베개 밑이랑 매트리스 밑에 손 넣어본다. 영화에서 보면 이상함을 미리 눈치 챈 사람은 이런 데 단서를 남겨놓던데...)
 
...? 헐? 뭐야.
 
차가운 열쇠가 손에 잡힙니다.
 
실환가...
 
키르:어?
실환가...
 
그러나 크기가 작은 걸 보니 1층의 열쇠는 아니겠군요.
 
음... 서랍용인 걸까요?
 
키르:쩝. 좋다 말았네. (찾은 김에 서랍에 넣어서 돌린다. 열리겠지?)
 
라울:(신기하고 황당하다는 눈빛...)
 
서랍은 총 3칸. 그 중에서도 가장 윗 칸에 열쇠구멍이 있네요.
 
열쇠는 정확히 들이맞습니다.
 
키르:그래도 뒤져본 보람이 있구나. (흡족한 기분으로 연다.)
 
...카드 키?
 
누가 보아도 카드 키입니다.
 
작게 Nurse라고 쓰여 있는 걸 보아하니 간호사용인 것 같군요.
 
키르:...이게 왜 여깄냐?
 
라울:...? (진짠가... 싶은 표정.)
...훔쳤나...?
 
키르:너 입원한 동안 뭐 잃어버린 거 없어?
 
라울:...없는데요? (건강이면 몰라도...)
 
키르:다행이네. 니 옆자리 사람 손버릇이 안 좋았던거 같은데. (그러는 지도 카드키 챙겨서 주머니에 넣는다. 두번째 서랍도 열어봄)
 
이름이 붙은 작은 메모장이 보입니다.
 
이전 환자의... 일기? 인 것도 같네요.
 
무언가가 많이 쓰여 있습니다.
 
키르:오, 제법 쓸만할 거 같은데. (읽어본다.)
 
...병원을 별로 안 좋아하는 환자였나 보네요.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키르:여기가 정신병원은 아닌거 확실하지?
 
라울:...일단 정신과 의사는 없었죠.
 
키르:네가 입원했을 때는 뭐 이상한거 못 느꼈어?
 
라울:못 느꼈습니다. 사람도, 의사도 다 정상적으로 구는 곳이었고. 아니었으면 내가 입원 기간을 다 채우고 나왔을 리가 없잖습니까?
 
키르:음... 이 사람이 예민한 거라기엔 지금 병원 꼴이 좀... 입원한 동안은 컨디션이 좀 어땠어? 여기엔 입원한 뒤로 몸이 더 안 좋아졌다고 써있는데.
 
라울:전 괜찮았습니다. 호흡도 많이 나아졌고. 문제 될 일이 애초에, (고개 갸웃.) 없었습니다. 있었으면 여길 오자고 했을 리가 없으니.
 
키르: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거 맞지? 그리고 문제될 일이 있었으면 더 와야지 뭔 소리냐. (말하면서 세번째 서랍도 열어본다)
 
마지막 층은... 비어 있네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키르:꽝이네.
(그럼 테이블로 자리 옮긴다. 위아래에 뭐 없나?)
 
책이 한 권 놓여 있네요.
 
...『프랑켄슈타인』. 메리 쉘리의 책이죠.
 
키르:병원에 이 책이 있어도 되는거야?
 
라울:...인간의 생명 창조는 악마의 짓일지, 신의 짓일지. (중얼거리며 책 표지를 툭툭 친다.)
이 자리를 쓰던 환자가 가져왔나보죠.
 
키르:생명 창조는 우리 어머니도 할 줄 알아. 결국 인간이 하는 거지. (책 열어서 훑어본다. 눈에 띄는 메모같은건 없나?)
 
라울:...음. (그런... 그런 뜻이 아닐 텐데... 아무튼 태클 걸면 이상해지므로 넘어가기...)
 
딱히 메모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독서용으로 쓰인 것 같네요.
 
키르:책은 깨끗하게 보는 타입이었나 보네. (독서하러 온 거 아니니까 도로 내려놓고 티비 살펴본다. 리모컨이 있나?)
 
근처에 놓여 있습니다.
 
키르:(켜본다.)
 
라울:딱히 볼 만한 채널은 없었습니다.
 
키르:병원이 다 그렇지 뭐.
 
가장 먼저 나오는 화면은 뉴스네요. 마침 독감의 기세가 점점 물러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키르:전기는 잘 들어오는데. 설마 다같이 야반도주라도 한 건 아니겠지?
 
라울:환자들까지 업고요? 설마, 되겠습니까. 시대가 시대인데.
 
키르:근데 너무 이상하잖아. 너 퇴원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사람 하나도 없이 텅텅 비는게. 입원했을 당시에는 이상한 점 없었다며?
 
라울:...그건, 내게 물어보아도... 알 리가 없잖습니까. (답답한 표정.) 난 그냥 와서 앓다가 나온 게 끝인데.
 
키르:이상한 것도 모를 만큼 아팠어? (미리 좀 연락해볼 걸 그랬나?) 그래도 지금이 나아지긴 한건가 보네.
 
라울:...아니면 이상하진 않았을지도 모르죠. 갑자기 이렇게 된 게 외압일 수도 있는 거니까... (고개 갸웃.) ...모르겠습니다. 왜 이 상황이 된 건지...
 
키르:하긴 겨우 며칠 묵다 간 일개 환자가 뭘 알겠냐. 옆사람은 꽤 오래 있었던거 같고. 병실엔 더 이상 볼 게 없는거 같은데. 혹시 힘들진 않아? 난 2층 다시 가볼건데 힘들면 먼저 차에 가있어도 돼.
 
라울:...괜찮습니다. 함께 가죠. 당신이 뭔 짓을 할 지 걱정되기도 하고... (빠안히...)
 
키르:하, 내가 하면 뭔 짓을 한다고. 기껏 해봐야 물건 한두개 부수겠지. 어차피 너한텐 별로 큰돈도 아니잖아? (당연히 라울이 배상하는게 됨)
 
라울:... (...) 일단 가죠... (어깨 잡고 터벅터벅...)
 
키르:(2층 끌려간다...)
 
2층으로 다시 내려옵니다.
 
이번에는 키 카드를 사용해 중앙 복도로 진입합니다.
 
내부는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네요.
 
안쪽에 진료실, 수술실 팻말이 보입니다.
 
키르:수술실은 넌 안 가봤을테고, 진료실부터 가보자. 네 기록이 남아있을지도 몰라. (아마 봐도 못 알아먹겠지만.)
(진료실 저벅저벅 들어감)
 
의사와 환자가 대면을 하는 곳이죠. 익숙한 구조가 눈에 들어오빈다.
 
여기 또한 흔적은 남아 있지만 사람은 없습니다.
 
책상, 그리고 책장이 눈에 띕니다.
 
키르:(책상부터 본다)
 
전체적으로 먼지가 얕게 깔려 있네요.
 
최근에 꺼낸 듯한 책 한 권이 대충 놓여져 있습니다.
 
키르:이번에도 소설책은 아니겠지? (책 집어서 살펴본다)
 
...? 이상하네요.
 
신화... 같기도 하고, 학술서 같기도 하고...
 
무튼 생명의 복제에 관련된 내용이 한가득입니다.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네요.
 
SAN 0/1
 
키르: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중간에 찢어진 장이 하나 있는 듯한데... 내용을 짐작하기는 어렵습니다.
 
키르:하, 여기 의사 사이비였던 거 아니야? (읽어보라는 듯 책 라울한테 건네준다. 왠지 꿈에서 봤던 광경이 떠오르는데...설마 아니겠지? 인간 복제가 가능할 리가 없잖아.)
 
라울:... (차라락 훑어본다.) ...음. 미친놈이긴 한 거 같은데, 사실성은 극히 떨어집니다. (탁 책을 닫는다.) 실행 불가능한 얘기만 가득인데, 이건.
 
키르:(살짝 안심됐다.) 그치? 무슨 의사가 이런 엉터리 책을 읽냐고. 소설 보는 느낌으로 읽는건가? (책장도 훑어본다. 혹시 이런 책만 있는 건 아니겠지?)
 
책장은... 그래도 평범합니다. 의학 전문 서적들로 가득하네요.
 
아까 읽은 그런 책과 비슷한 건... 눈에 걸리는 게 없습니다.
 
라울:...그렇게 불안하면 한 번 찾아보겠습니까?
 
키르:그런 책이 또 있으면 사이비 확정인데? 너야말로 사이비한테 진찰 받고 입원했다 하면 불안하지 않아?
 
라울:...모르는 것보다야... (흐린 눈...)
 
키르:...그것도 그렇네.
 
라울:알고 죽는 게 낫습니다. 모르고 사는 것보단...
 
키르:네 말이 맞다. 좀 찾아보자. 아니면 좋은거고. (책상에 있던 것과 비슷한 책이 책장에 있는지 자세히 살펴 봅니다 기능 굴려야 하나요?)
 
음~ 행운 굴립니다.
 
키르: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늘 운 좋음ㅎ)
 
...? 유독 표지가 단단한 책 하나가 잡힙니다.
 
뭔가 안이 빈 듯한 느낌인데...
 
아니나 다를까, 자세히 확인해보니 책 모양의 상자입니다.
 
키르:하, 딱 걸렸어. (열어본다.)
 
녹슨 열쇠가 하나 나옵니다.
 
문에 쓰는 듯한 모양이네요.
 
키르:어, 이거 1층 철문에 쓰는 건가 본데? 책보다 좋은 걸 찾았네.
(주머니에 넣는다.) 그만 나가자. 수술실도 한 번 들어가 봐야지.
 
라울:...음. (약간 불안한 표정.)
 
진료실에서 나와 수술실로 향합니다.
 
대학 병원과 비교하면 소박한 크기네요.
 
키르:(개인 병원이니까. 수술실 잠겨있진 않겠죠?)
(잠겨있음 이번에야말로 부숴야지)
 
수술실 문은 가볍게 열립니다.
 
...?
 
키르:(까비)
 
소독약 냄새가 확 끼쳐 오네요.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무 흔적도 없습니다.
 
집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네요.
 
뭔가... 생각보다 더 단촐하고 비어 있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키르:근데 생각해보니까 요양병원에 수술실이 필요한가?
무슨 수술 하는 곳이지?
 
라울:...모르겠습니다. 특수 처치를 할 정도로 큰 병원은 아니란 생각이 들긴 하는데.
아마 이곳도 그 정도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병증이 있는 환자는 안 받았을 겁니다.
 
키르:...허, 그럼 이 곳의 용도가 더 수상한데. (가지런히 놓여있는 집기들 살펴본다.)
 
사용감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 같네요.
 
라울:...구색 맞추기용으로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애초에 여기에 외과 전문의가 있다고는... 못 들은 것 같습니다.
 
키르:그렇다기엔 소독약 냄새가 너무 강한데. 최근에도 뭔가 소독할 일이 있었던 것 같잖아. (안에 뭔가 특기할 만한 건 없나요?)
 
딱히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소독약 냄새도 단순 청소 용액의 향인 것 같네요.
 
키르:(청소용도였군. 안 쓰는 수술실을 왜 관리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별거 없는 게 좋은 일이지만 김 샌다. (어깨 으쓱)
 
라울:(피식 웃는다.) 돌아갑시다. 시간도 거의 늦은 것 같은데. (흘끔...) ...그 열쇠, 다시 쓰러... 돌아올 겁니까?
 
키르:그럼 얻었는데 그냥 버려? 내 생각엔 거기가 제일 수상해. 메모에도 적혀 있었고. (지금 몇 시지? 폰 꺼내서 시간 확인한다.)
 
거의 6시에 다 되었습니다.
 
이대로는 꼼짝 없이 갇힐 판이에요.
 
몸도 안 좋은 환자를 데리고 숲속의 건물에서... 심지어 난방도 안 될 텐데, 이곳에 남는 건 괜찮은 선택이 아닙니다.
 
키르:(게다가 둘 말곤 아무도 없어. 귀신 나오기 딱 좋은거 아냐?)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숲 입구가 닫히면 여기서 밤 새야 해.
 
라울:...그나마 생각이 맞는군요. (고개 끄덕이며 당신의 어깨를 살살 밀어 병원 밖으로 나선다.) ...슬슬 추워지고 있었거든요, 안 그래도.
 
키르:겨울이니까. (독감 환자를 괜히 데리고 나왔나? 갑자기 후회된다.) 얼른 타. 집에 가서 몸 좀 녹이고 쉬자. 그리고 내일은 나 혼자 와도 돼. 열쇠도 있고 뭐 부술 일은 없을 걸? (차에 타서 시동 건다.)
 
라울:...정말 그랬으면 좋겠군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는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이라 짧은 해가 완전히 내려앉아 새까맣게 되어버립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라울은 눈이 너무 감긴다며 먼저 방으로 들어가버리네요.
 
간단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큰 소리가 나는 행동은 라울이 깰 것 같으니 하기 어렵지만...
 
잠시간 움직이는 건 괜찮겠죠.
 
키르:(일단 설거지 좀 하고. 라울이 먹는 약은 어디에 두나요?)
(먹어도 되는 건지 존나 의심스러움)
 
평범하게 식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처방전도 함께 있네요.
 
키르:(확인해봅니다)
 
음... 꽤 익숙한 이름이네요.
 
평범한 약이고, 근처 약국에서 받아온 것 같습니다.
 
키르:이것도 그 의사가 처방해준 거겠지? 약이 문제는 아닌가건가... (라울 방에 살짝 들어가볼까? 깨려나)
 
깊게 잠든 것 같으니 살짝 들어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키르:(좋아, 가보자. 살금살금 들어가서 자는 모습 확인한다.)
 
라울의 방에 들어갑니다.
 
...
 
...?
 
아직 잠들지 않았던 건가요? 침대 옆에 가만히 서 있네요.
 
...아니, 아니아니.
 
아닙니다.
 
...누워 있는 라울이 있고, 서 있는 라울이 있습니다.
 
저번과 똑같이, 여전히... 꿈이 아닌데...?
 
키르:... 야, 너 뭐야? 뭔데 자꾸 자는 사람 옆에 서서 쳐다 봐. 소름 끼치게. (다가간다. 반응이 있나?)
 
라울?:...?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키르:(딱히 공격성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과감하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뭘 갸웃거려, 귀엽... 이게 아니고. 너 대체 어디서 나온거야? 얘 형제인 건 아니지? (라울 가리키며)
 
라울?:...
 
무표정한 라... 울?이 당신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습니다.
 
정신력 판정.
 
키르: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라울?:
정신
기준치: 999/499/199
굴림: 6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몸이... 굳는 것 같습니다. 이상합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죠...? 왜... 충격 때문인가요? 아니, 그렇다고 몸이 이렇게 굳어버리지는 않습니다.
 
뭐랄까요, 마치...
 
구속된 듯한 기분...
 
라울?:(고개를 갸웃거리며 당신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손길이 조금 거칠다.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무표정하고 차갑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 ...
 
키르:뭐...야? 안 움직이잖아... 이거 니가 한거야? 안 풀어? 뭘 맘대로 만져, 이새끼가... (몸 비틀며 노려본다.) 야, 뭘 꼬라봐?!!
 
라울?:(엄지에 강하게 힘을 줘 당신의 볼을 꽈악 누른다. 제법 고통이 느껴지도록. 눈을 가늘게 뜨고 내려다본다.) ...시끄럽네. 되게. 이런 게 왜 여기에 있지...
 
키르:아, 씨발... (좀 아프다. 표정이 점점 구겨지는데) 내가 여기 있는게 뭐가 이상한데? 이 집 주인이 직접 불렀거든? 여기 있으면 안되는건 너고, 이새끼야. 너 뭔데 남의 집에 맘대로 쳐들어와서 변태새끼마냥 꼬라보고 있냐?
 
라울?:... (몇 번 더 얼굴을 훑어보다가 툭 밀치듯 손을 떼어낸다.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처럼 당신의 말을 무시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라울에게 다가간다.)
 
그는 침대 위로 몸을 숙입니다.
 
...처음에는 이마. 약간 한기를 느끼는 건지 흰빛이 도는 이마에 입술을 댑니다.
 
키르:...허?
 
그 다음은 눈. 당신의 턱을 잡을 때와는 달리 제법 부드럽고... 어쩌면 경애를 담은 몸짓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입술. 그것은... 아니, 라울? 혹은 그것. 하여간 라울과 같은 얼굴을 한 것이 라울과 입술을 섞습니다.
 
키르:...이거 완전 상변태새끼 아냐? (경악)
 
짤막한 키스 소리가 들리고... 그것이 고개를 들어올립니다. 허나, 방금 키스를 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어떤 감흥도... 흥분도 없는 얼굴.
 
무언가 정해진 목표를 위해 하는 행위...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키르:야!!!! 너 뭐야??! 너랑 똑같은 얼굴에 키스하고 싶은 생각이 드냐??! 우욱, 토쏠려...
 
라울... 을 닮은 것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처럼 당신의 곁을 스쳐 방 바깥으로 향합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몸은 멈춰 있으므로 그것이 어디로 나갔는지, 어디를 향했는지 돌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
 
대략 몇 분.
 
체감 상 한 시간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서서히 몸이 풀립니다.
 
마치... 머리 위에서 따듯한 물이 쏟아지는 것 같이.
 
온몸에 온기가 퍼지듯 마비가 풀립니다.
 
...대체 뭐였던 걸까요.
 
키르:(밖으로 뛰쳐나간다.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같은 건 없을까?)
 
바닥에 축축한 게 밟힙니다.
 
...물자국? 물자국과 같은 것이 남아 있습니다.
 
모양은 대략 발과 비슷하네요. 그 자가 남긴 발자국인 걸까요.
 
이 날씨에...? 이 날씨에 물이 묻은 발로 다녔다가는 동상에 걸리기 십상일텐데...
 
키르:물? (젖어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생각할 겨를이 어딨어. 이러다간 놓치겠어. 발자국을 따라갑니다)
 
물자국을 따라가다보면... 어라? 라울의 방문 앞입니다.
 
이상합니다. 꺾어지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 여기로 돌아온 거죠?
 
키르:응? ...... (방문 열고 들어간다. 똑같이 생긴 다른 방이라거나 그런건 아니겠지...아니, 애초에 계속 집 안이었는데?)
 
...음. 아까 그 방이네요.
 
라울은 여전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마녀의 길에라도 잘못 접어든 듯한 느낌입니다.
 
키르:...하. 내가 미쳤나? (이마 짚고 잠시 멈춰 선다. 또 자국을 따라가봤자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담 지금은 라울 상태를 확인하는게 우선이야.)
(라울한테 다가가서 상태를 살핍니다)
 
...
 
그가 몸을 움찔 떱니다.
 
한 번 더 자극했다가는 깰 것 같군요...
 
키르:... (차라리 한 번 깨워서 이상한 거 못 느꼈냐고 물어볼까?)
(잠시 생각하다가 이마 쓸어 머리카락 정리해준다.) 쉿, 마저 자.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이마에 가볍게 입맞춘다. 아까 그 새끼가 키스한 곳이긴 한데. 나라고 하면 안된단 법이라도 있나?)
 
라울은 가볍게 끙 소리를 내며 앓다가... 몸을 웅크리며 잠에 듭니다.
 
...몸이 차네요. 많이.
 
키르:추운가? (제 방에 이불 가져와서 이불 위에 덮어준다. 이러면 좀 낫겠지?)
아까 그 자식 다시 돌아오려나? (잠깐 고민하다가 방으로 안 돌아가고 의자에 앉는다. 오늘은 여기 있는게 낫겠어.)
 
여기서 잠에 드나요?
 
키르:(여기서 잡니다)
 
...
 
...음. 허리의 저릿한 통증을 느끼며 깨어납니다.
 
의자에서 자기라... 다음 번에는 바닥에서라도 자야겠어요. 이건 몸에 꽤 부담이 되네요.
 
라울은, 이제 막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상태로 침대에 앉아 있습니다.
 
여전히 표정은 좋지 않으므로, 몸이 완전히 낫지는 않았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라울:...키르? 왜 여기... 여기에 있어요... (작게 하품.) 방 따로 쓰라니까...
 
키르:일어났어? (잠에서 깨려 이마 문지른다. 허리 장난 아니게 아프네...) 어제 일이 좀 있었어. 너한테.
 
라울:...일? 제가 뭐... 좀 앓았습니까. (손으로 제 이마를 짚는다.) ...열은 없는 거 같은데...
 
키르:아니, 오히려 추워 보이던데. 어제 자면서 뭐 이상한거 못 느꼈어? 내가 꽤 큰 소리를 냈을텐데.
 
라울:...예? (고개 살짝 갸웃.) ...왜요. 벌레라도 나왔습니까? 기억이 안 나는데...?
 
키르:...내가 벌레 보고 소리 지를 사람으로 보여? (한숨) 어제 너랑 똑같이 생긴 놈이 거기 서서 널 쳐다보고 있더라. 안 믿을 것 같지만.
 
라울:...혹시 모르죠. 무시무시한 거라도 나왔을지도. (약간 뚱한 표정.) ...? (?) ...그러니까 앞으론 의자에서 잠들지 마십시오. 몸이 안 좋으니 이상한... 꿈을 꾸지... (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여기저기 결리는 게 한두 곳이 아닐 텐데.
 
키르:그러니까 안 믿을 것 같더라. (일어나서 기지개 쭉 켠다.) 아오, 쑤셔. 그럼 어제 그놈이 너한테 키스한 것도 못 느꼈겠네? 아주 그냥 좋아 죽던데. (놀리는 투로 말하고 바닥 살핀다. 어제 그 물자국이 남아있나?)
 
아주 흐릿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곳에 물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만이 볼 수 있을 정도로요.
 
키르:쯧.
 
라울:... (...) ...키스를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말을 하세요. 그런 식으로 돌려 말하는 게 아니라... (이마 짚고 한숨.) ...아무튼, 지금은 다 나은 게 아니니 못해주는 건 여전하지만... 조금만 참아요, 키르. 며칠 안 남았잖습니까. 곧 나을 테니... 그런 꿈까지 꿀 정도로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키르:(기가 차서 허, 하고 소리를 낸다. 그 따위로 생각하는 것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야, 누가 독감 걸린 사람이랑 키스하고 싶대? 옮아서 뭐하라고? 나도 너처럼 빌빌대라고? 꿈 꾼 것도 아니고 거짓말하는 것도 아냐. 네가 안 믿어도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니까. 난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그 놈이 날 만지기까지 했단 말이야. 절대 꿈 아니었어.
역시 그 병원이 수상해. 거기서 봤던 책 기억하지? 인간복제 어쩌구하는. 거기 갔다와서부터 이상한 일 없었어?
 
라울:...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좀 춥고 몸이 허하다는 것만 빼면. (고개 갸웃.) ...그렇게 신경 쓰이면 한 번 더 가보죠. 아마 내일이면 내 몸도 다 나을 테니까. (당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에휴... 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것 같은 느낌...) 잔기운이 남아서 그렇지 엄청난 병자는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진 마시죠? 은근히 상처 받으니까.
 
키르:빌빌거리는거 맞잖아? 전화로 보고 싶다고 잉잉 울고 말이야. 하, 그건 좀 귀엽더라. (날조) 내일 쯤이면 나을 것 같다는건 오늘은 컨디션 좀 괜찮은가 보네? (습관처럼 이마에 손 대고 열 재본다.)
 
라울:... (흐린눈 하고 못 들은 척 넘기기...)
 
...여전히 열기가 덜 느껴집니다. 아니, 어제보다 더 찬 기운이...
 
그의 살이 물컹... 하고 짓눌립니다.
 
물이 많이 들어간 풍선을 만지는 기분이에요.
 
...어제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키르:(흠칫 놀라서 손 뗀다.) ...야, 진짜 몸 괜찮아?
 
라울:...조금 춥기는 한데, 괜찮습니다. 곧 괜찮아지겠죠.
 
키르:괜찮긴 뭐가 괜찮아? 몸이 차가운데? 게다가 뭐야, 이건. 너 슬라임이야? (머리 이리저리 만져본다. 오늘도 뼈는 만져지나?)
 
뼈는 만져집니다. 다만... 묘하게 물컹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라울:...? 그게 무슨 소리인지. 내가 살이 찔 이유가 없는데.
 
키르:(씨발, 이러다 무너지는거 아니야??) 살이 찐게 아니고, 너도 한 번 만져보라니까? 너 왜 이렇게 말랑해? 어제보다 심해졌다고!
 
라울:...?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볼을 주물거린다.) ...멀쩡합니다만. 키르. (당신의 이마를 짚는다.) 혹시 당신... 옮은 거 아니죠? 전염성은 사라졌댔는데. 열... 은 조금 있나? 내 손이 찬 건지, 당신이 뜨거운 건지를 모르겠네... (심각한 표정.)
 
키르:네 손이 찬거지, 임마!!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뭐가 그렇게 태평해? 이러다가 뼈까지 다 흐물해져서 바닥에 쏟아지면 어쩔 거냐고!!
 
라울:... (하, 웃는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신은 유독... 날 조금 여리게 보는 경향이 있어. 그렇게 아픈 건 아니니 걱정은 그만 두죠.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떼어낸다.)
...그 병원, 다시 갈 겁니까?
 
키르:(아, 짜증난다. 정작 아픈 사람은 지가 이상한 줄도 모르고 존나 태평하네.) 그래, 갈거야. 그 병원이든 어제 그놈이든 이런 이상한 현상에 관계 있는게 분명해. 넌... (뜸) 그냥 집에 있을래? 뼈가 말랑해지면 걷기 힘들거 아냐.
 
라울:(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웃는다.) ...그렇게 걱정된다면야. 집에 얌전히 있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와도 됩니다. 어디 찔리지 않게도 조심하죠.
 
키르:...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난 심각하거든. (삐죽) 저번에 산 리조또 아직 남았나? 데워줘? (겉옷 챙겨 입으며)
 
라울:그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출근하시죠. 내가 다섯 살 짜리 애도 아니고. (뒤따르더니 벽에 살짝 기대고 당신을 가만 지켜본다.) 식사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괜찮아졌습니다. 아직 좀... 몸이 서늘하긴 한데, 그건 난방을 틀어놓으면 될 것 같고.
돌아오는 길에 과자라도 하나 사다줘요, 형. (장난스럽게 말한다.)
 
키르:참나, 네 돈으로 살거야. (고개 휙 돌리고 문쪽으로 걸어간다.) 문단속 잘하고, 나 말고 다른 놈한테 문 열어주지 마. 춥지 않게 잘 껴입고. 알았어? 밥은 꼭 먹고. 갔다온다.
 
라울:예. (뒤에서 다가가 나가기 직전의 당신을 폭 끌어안는다.) ...다녀오십시오, 키르.
 
키르:(순간 놀랐지만 몸을 돌려 마주 안아준다.) 건강 잘 챙겨. 금방 올거니까. 으휴, 걱정이나 시키고. 다녀올게.
(라울 차 열쇠 챙겨서 나간다.)
 
차 열쇠를 챙겨 나왔습니다.
 
키르:(바로 어제 갔던 병원으로 간다.)
 
병원으로 이동합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경비원이 보이네요. 그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리게이트를 치웁니다.
 
키르:(내가 뭐가 이상한데)
(어제와 같은 자리에 차 세우고 병원 밖을 한 번 살핀다. 어제와 뭔가 다른 점이 있나?)
 
다른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없어서 더 수상하네요.
 
여전히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키르:쯧. 혼자 가려니까 괜히 긴장되네. (차 문 잠그고 로비로 들어간다. 데스크 쪽에 철문은 여전히 잠겨있나?)
 
잠겨 있습니다.
 
어제 열쇠를 하나 찾았죠?
 
이게 맞는다면... 음. 맞아도 문제, 안 맞아도 문제겠는데요.
 
키르:안 맞으면 또 김새는거지. (심호흡) 후, 가보자고. (문에 열쇠 넣고 돌린다.)
 
...달칵.
 
맑은 소리와 함께 문의 잠금이 풀립니다.
 
키르:...열렸다. (안에 들어간다.)
 
문 너머로는 길게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어제의 메모가 기억나네요.
 
키르:지하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했었나? 병원 관계자들은 병원에 지하실이 없다고 말했댔었지. 확실히 거짓말이었군. 뭔가 켕기는게 있다면 당연히 여기겠지. (계단따라 내려갑니다)
 
천천히 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뭐랄까요, 상당히... 이상하네요.
 
지하의 전반적인 모습은 돌벽으로 이루어진, 마치 중세의 지하감옥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안에 들어찬 기계들은... 전부 첨단식입니다.
 
전기도 없을 것 같은 지하에 들어찬 고급 전자기기들이라니...
 
키르:(뭐에 쓰는 물건들인지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음... 전자기기나 지능 판정으로 보겠습니다. 다만 지능은 어려운 성공 이상을 필요로 합니다.
 
키르:(오케 지능 굴려보겠습니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안되네)
 
음... 실험실에서나 볼 법한 장비라는 것만은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모르겠네요.
 
키르:(지금 작동 중인지 정도는 문외한이라도 알아볼 수 있겠죠??)
 
소리나 움직임, 불빛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작동 중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키르:여기도 사람이 없나?
(안으로 더 들어가본다.)
 
좁은 길이 이어집니다.
 
일종의... 배수로 같기도 하네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래된 나무문이 하나, 알 수 없는 철문이 하나 나타납니다.
 
어느 쪽으로 가 볼까요?
 
키르:(나무문 쪽에 가까이 가서 귀 대본다.)
 
...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키르:(철문 쪽도 귀 대보고)
 
이쪽 또한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키르:흠... (고민)
남자는 철문이지. (철문으로 간다.)
 
남자는 철문으로 갑니다.
 
무거운 문을 겨우 열어젖힙니다.
 
...거대한 수술실... 같은 게 드러나네요.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수술대가 수십 개 놓여 있고, 왼쪽에는 거대한 시험관...
 
오른쪽 벽은 사진과 메모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키르:와, 이새끼들 보게? 병원이 아니라 실험실이었구만? 여기서 오래 입원했으면 어떻게 될 뻔했어? (여럿 놓여있는 수술대부터 살펴봅니다 위층에 있는 것처럼 깨끗하고 사용감이 없나요?)
 
...피 냄새.
 
가 !! 아니라!!!
 
물 비린내가 진동하네요.
 
키르:(아씨)
 
쇠와 섞인 비린내에 잠시 착각했나 봅니다....ㅎㅎ
 
키르:(아짜증. 겁 안 먹었다고)
 
지능 판정.
 
키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윗층에는 사용감 없는 좁은 수술실. 밑에는 아득히 넓은 수술실...
 
뭐, 대충 감이 오네요.
 
대체 어디서 수술을 했을지 말이에요.
 
키르:이렇게 큰 방에 여러 대 놓여있는 수술대... 척 봐도 위생적이고 합법적인 수술을 했을 것 같지 않지. (왼쪽에 놓인 시험관 살펴본다.)
 
거대한 시험관입니다.
 
우주 전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험관이네요. 사람 하나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것 같습니다.
 
불이 들어오는 걸 보니 작동하는 것 같은데... 안에는 투명한 물만 들어 있습니다.
 
시험관의 이름표와 유일하게 작동하지 않는 시험관이 하나 보입니다.
 
키르:(이름표 확인해본다)
 
...음. 이름이 전부 지워졌네요.
 
전부 보라색 잉크로 '폐기 처리'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키르:보라색 잉크? 잠깐만. 라울 서류에도 보라색 도장이 찍혀 있었는데. 이게 폐기처리라는 뜻이라고? 그냥 잉크색만 같은 거겠지?
(아 좆같네. 괜한 생각을 하는 건가? 괜한 생각이겠지? 좀 이상하긴 해도 아직 멀쩡하던데. 작동하지 않는 시험관도 확인해본다.)
 
...이름표가 떨어져 있네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듯합니다.
 
그 대신, 보라색 잉크로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SUSSESS.
 
성공...? 대체 뭘?
 
키르:(속이 울렁거린다. 뭔진 몰라도 절대 좋은 게 아닐 거란 생각이... 그야 이런 데서 하는 실험이란게 뻔하잖아?)
(오른쪽 벽으로 돌아가서 메모와 사진을 확인한다.)
 
철벅.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밟힙니다.
 
...종이? 벽에서 떨어진 걸까요.
 
물에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키르:(집어든다. 읽을 수 있을까?)
 
활자는 다행히 남아 있습니다.
 
키르:(읽어봅니다)
 
키르:이거 혹시... (어제 그 뜨거웠던 키스를 떠올리며) ...뭔가 수작질하는 것 같더라니.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잘 기억해두자. 벽에 붙어있는 사진과 메모 중에는 눈에 띄는게 없나요?)
 
엑스레이, 수술 사진 등이 붙어 있습니다.
 
...이상하네요. 보통 엑스레이란 게, 안의 뼈 형태를 보려고 찍는 거잖아요?
 
이 사진은 안 보입니다.
 
뼈가 없어요.
 
오로지 외곽선 뿐입니다.
 
...물이 든 풍선처럼.
 
교육 혹은 의료 판정. 교육은 어려운 판정을 필요로 합니다.
 
키르: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오)
 
...기괴합니다. 당신이 본 어느 엑스레이, 사진과도 맞지 않습니다.
 
키르:(하지만 물풍선같은 사람은 본 적 있는데 말이야. 오늘 아침에도... 고개를 휙휙 저어 생각을 떨쳐낸다. 혹시 메모 중에 되돌리는 방법같은게 적혀 있는 건 없을까?)
 
자료조사, 혹은 관찰 판정.
 
키르: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많은 사진을 헤맵니다. 다른 사진과 비교하고, 다시 보고, 한참을 뒤진 뜻에...
 
...인화된 한 장의 사진을 더 발견합니다.
 
...시험관 속에 잠들어 있는
 
라울.
 
키르:씨발!!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놈이 그 놈인건가? 어제밤의?
그러니까 인간복제인가 뭔가 하는게 진짜였다고? 하, 어이가 없네.
(사진 챙긴다. 라울한테 보여주면 이제 내 말을 믿겠지. 근데 아직 되돌리는 법을 못 찾았는데. 옆방에 한 번 가볼까?)
 
나무 문으로 이동하나요?
 
키르:(수술실에서 나와 나무문 쪽으로 이동합니다)
 
나무문을 밀어 엽니다.
 
...
 
꽤나 가볍군요. 오래되어 썩은 걸까요.
 
길은 거대한 홀로 이어집니다.
 
한가운데에, 커다란 물병을 메고 있는 어떠한... 생명체의 동상이 보이네요.
 
형태를 보아하니 기도실처럼 보입니다.
 
근처에는 제단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키르:그냥 미친 과학자 집단이 아니고 사이비 과학자 집단이라고? 가지가지 지랄을 한다.
(동상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아는 생물인지?)
 
...뭐랄까요, 인간으로 본다면 인간으로 보이지만... 어쩐지 인간은 아닌 듯한 형태입니다.
 
그렇다고 신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괴이하게 느껴져요.
 
그것의 주춧돌에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키르:(읽어봅니다)
 
키르:뭐냐? 사이비인데 신이랑 같은 능력을 갖고 싶다는 그런 몰염치한... 사상을 갖고 있는거야? 이해를 못하겠네. 사이비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어깨 으쓱하고 제단을 살펴본다.)
 
돌로 만들어진 재단입니다.
 
제단 위에는 시들어버린 꽃... 그리고 재만 남은 향초로 가득합니다.
 
반절 접힌... 종이도 하나 눈에 띄네요.
 
키르:(주워서 펼쳐봅니다)
 
키르:...이게 뭔 소리야?
혹시 병원에 있던 사람들이 다 그만 두고 나가거나 퇴원한게 아니라...
...갑자기 사라진거야?
액체로 만든 사람, 물에 젖은 발자국, 물이 든 시험관, 아무래도 영화에나 나올 상황이 현실이 된거 같지... (머리 벅벅)
아니, 그래서 되돌리는 방법같은건 찾아보지도 않고 다 죽어버렸다고?? 씨발, 장난하나...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들립니다.
 
...당신의 말에 대답해줄 이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키르:아악!!!!!! 개새끼들아!!!!!!! 다 죽여버릴거야!!!!!! (애꿎은 제단 발로 차버린다.) ....이미 싹 다 죽었지만. 하, 씹...
 
...발이 아픕니다.
 
키르:(이제 어떡하지? 평생 물풍선으로 살아야 하나? 게다가 밤마다 찾아오는 액체인간은 어쩌고? 뭔진 몰라도 그 놈이 손을 쓰면 움직일 수가 없단 말이지. 바늘로 콕 찌르면 뒤질 거 같은 놈이...)
(머리 아프다. 일단 돌아갈까.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뭐, 설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겠나요.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갈까요?
 
키르:(더이상 얻을 수확은 없을 것 같으니 올라갑니다)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해가 살짝 넘어갔네요.
 
오후 두 시쯤 되었으려나요.
 
주변을 조금 둘러보려면 잠깐은 시간을 낼 수 있을 듯합니다.
 
키르:(환자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오래 비울 순 없지. 어제도 이미 한 번 둘러봤고. 차로 돌아가서 시동을 켠다.)
 
차에 시동을 겁니다.
 
아직 바깥은 밝지만, 묘하게 하늘이 우중충한 것 같기도 합니다.
 
...기분 탓이겠죠. 기분 탓일 겁니다.
 
키르:...비가 오려나. (주차장을 빠져나와 돌아간다.)
 
차에 속도를 붙여, 라울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
 
도착할 즈음에는 약간 해가 저물어서 어스름이 깔립니다.
 
라울은... 잠들었으려나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끈한 집의 온기와는 별개로 미묘한 습기, 그리고 한기가 느껴집니다.
 
키르:라울? 보일러 껐어? 좀 추운데? (자나? 방으로 가본다.)
 
방문이 조심스레 열립니다.
 
라울:...아.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가 슬쩍 눈을 뜬다.) ...깜박 잠들었네요. ...끈, 적은 없는데...
꺼져 있습니까?
 
키르:(꺼져 있나? 확인해본다.)
 
...꺼져 있진 않습니다.
 
오히려 잘 돌아가고 있네요.
 
그럼에도 묘한 한기가...
 
...
 
착각일 겁니다... 아마도요.
 
키르:잘 작동하는데. 이거 어디서 바람 새는거 아냐? 뭔가 공기도 습하고. (가까이 가서 이마에 손 대본다.) 나 없는 동안 별 일 없었지?
 
...온기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물컹하기도... 하고요.
 
이제는 대충 이해가 됩니다.
 
...온기를 빼앗기고, 물 인간처럼 되어가는... 라울.
 
아마 당신 눈앞의 라울이 진짜겠죠.
 
하지만 온기를 뺏어가는 쪽은...
 
...
 
지능 판정.
 
키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라울의 몸이 너무 찹니다.
 
그것이... 그저 온기만 뺏어간 것은 아닐 겁니다.
 
물로 태어난 인간이라면, 그 정도 비현실적인 일도 충분히 가능하겠죠.
 
이대로 물 인간을 없앤다 하더라도... 라울은 괜찮을까요.
 
아마 성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다시 빼앗아 돌려주면 될 일입니다.
 
물 인간에게 빼앗긴 라울의 온기를... 당신이 물 인간에게서 빼앗아 다시...
 
키르:...몸이 많이 차네. 아침보다 더 말랑해졌어. 혹시 나 없는 사이에 누구 왔다 갔어?
 
라울:...내 집의 비밀번호를 아는 건 당신 뿐이니, 도둑이 든 게 아니라면 아마 없겠죠.
왜 그럽니까?
 
키르:오늘 병원 가서 진짜 황당한 걸 알아왔거든. 근데 너한테 말해줘도 될지 모르겠다. (손 잡는다.)
 
라울:...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당황한 눈빛.) ...키르. 무슨 일 있었습니까?
 
키르:니가 말도 안된다고 한 일이 진짜로 일어났더라고. 내가 오늘 아침에 한 말 기억해? 너랑 똑같이 생긴 놈이 여기 서있었다는 거. (가져온 사진 꺼내서 보여준다.)
 
라울:... (말없이 사진을 받아든다.) ...이게 뭡니까. 무슨... (말을 못 잇는다.) ...당신이 거짓말을 하거나, 이상한 걸 믿을 사람은 아니고. ...그렇다고,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란 건지는, 나도 잘...
 
키르:나도 안 믿겨. 네가 입원한 병원이 사이비였고, 거기서 널 복제했고, 복제인간이 밤마다 찾아와서 널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게. 이런거 영화로 만들어도 안 팔리겠는데?
 
라울의 표정이 오묘해집니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상황.
 
그는 가만히 사진을 내려다봅니다.
 
라울:...그래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뭘 어떻게...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내가 뭘 해야 합니까...
 
키르: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웃는다.) 내가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냈거든? 내일이면 씻은 듯이 나을거야.
 
라울:...뭐,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당신 뿐이니까. (헛웃음 짓고 당신의 손을 잡아... 끌어당긴다. 손등에 자신의 무르고 찬 이마를 비빈다.) ...당신이 날 구해주겠죠. 영웅처럼.
 
키르:(이거 좀 좋은데? 이런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겠지?) 그래, 영웅님이 널 구해줄게. 어때, 반할 거 같아? 그럼 다 낫고 나면 키스 한 번 해 줘. 우리 안한지 너무 오래된 거 같지 않아?
 
라울:... (키득 웃는 소리를 낸다.) 그럼요. 당연하지. ...반한 지는 꽤 되었으니까, 키스도 그런 짓도, 다 가능합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충분히요.
 
키르:...이거 고백인가? 위기의 순간이 오면 갑자기 대범해져서 고백하는 그런거? 그치만 사귀자마자 죽을 사람이랑 연애하고 싶진 않으니까 다 나으면 대답해줄게. (부드럽게 고개를 들어올려 이마에 입맞춘다.)
 
창밖으로 어둠이 가라앉습니다.
 
라울의 눈도... 어쩐지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네요.
 
졸린 걸까요? 자꾸 눈이 감기네요.
 
라울:...예. (졸린 목소리로 답하며 당신의 배에 얼굴을 비비적거린다.)
 
키르:(웃으며 머리 쓰다듬는다. 부드럽고... 말랑해.) 한숨 자도 돼. 내일 보자.
 
라울이 스르륵 침대에 눕습니다.
 
...많이 졸린 걸까요.
 
그때, 당신이 보았던 두 번의 물 인간.
 
그는 언제나 깊게 잠이 든 라울을 찾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오늘도 라울이 잠든 후에나 찾아오겠죠.
 
아직 시간은 조금 이릅니다.
 
키르:(침대 옆에 앉아 잠들 때까지 천천히 이마를 쓸어준다.) 잘 자. 좋은 꿈 꾸고.
 
...조금 물렁하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그의 피부를 만지며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립니다.
 
...
 
한참 바깥이 어두워지고, 조용한 시간이 된 후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등 뒤에, 어느 순간부터 한기가 느껴집니다.
 
아니, 어제보다는 조금 따듯하네요.
 
...조금 많이, 따듯합니다.
 
정말 살아 있는 사람처럼...
 
라울?:...키르. 어젯밤에는 미안했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얼굴도 못 알아봤네요. (옅게 웃으며 당신의 뒷목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번에라도 첫 만남을 좀 더 좋게 만들걸.
아쉽게 됐습니다.
 
키르:얼굴을 못 알아볼 게 뭐가 있어? 우리 모르는 사인데. 며칠 전에 처음 봤잖아? 네가 도둑질할 때.
무슨 수작질하는지 모르는 줄 아나 본데. 난 은혜는 안 갚아도 원수는 무조건 갚아, 이새끼야.
 
라울?:...난 아직 당신에게 험한 짓을 한 적이 없는데. 볼을 잡아서 그러는 거라면 사과하죠. (침대로 걸어와 걸터앉는다. 당신을 마주 보고 옅게 웃는다. 정말 '라울'처럼.) 하지만, 나도 내가 중요해서요. 아무래도... 물방울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을 거잖습니까, 누구나.
 
키르:그렇다고 남의 인생을 훔쳐 살면 그게 용서가 되나? 적어도 그런 짓은 사과로는 끝나지 않아.
 
라울?:왜지? 원래 인생이란 건 갈취와 재생산이 전부. 인간도 타자의 목숨을 취하고 그 값으로 살아가는 거잖아? (생글 웃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은 가축들은, 동의하기 힘들걸.
인간이, 짐승이, 생물이 타자를 잡아먹는 것과 내가 본체를 잡아먹는 게... 대체 뭐가 다르지? 난 잘 모르겠는데. 무언가가 사라지면 무언가가 나타난다. 아마 우주가 끝나기 전까지는 언제나 그러겠지.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턱을 괸다.) 그러니... 어쭙잖은 설교는 그만둬줬으면 해. 난 당신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 소중하잖아, 에게.
 
키르:하, 새끼. 갓 태어난게 말은 잘하네. (코웃음)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가 지금 뭐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려는건 아니지. 각자 갖고 싶은게 있으니까 원하는 걸 두고 싸우는 거야. 이건 너도 이해하지? 니가 갖고 싶은거 나도 갖고 싶어. 넌 얘를 너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나한테 너는 얘가 아니거든.
 
라울?:아직은 아니지. 맞아, 난 가 아니야.
...근데, 가 사라지고 나면 그의 자리는 누가 가질 수 있을까. ...당연히 겠지.
...키르, 당신은 이해하죠?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그러니... 날 방해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기왕이면 이전과 같은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잠깐 눈만 감아주면 되는 거잖아.
 
키르:갓 태어나서 그런가? 생각이 좀 짧네. 이해하는 거랑 받아들이는 건 완전 별개야. 내가 널 이해한다고 라울을 죽이는 걸 묵인한다는 소리는 아니라고. 너를 가엾게 여기든, 살고 싶다는 걸 이해하든, 눈을 감아줄 수 없는 게 있어.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건 네가 아니니까. 네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고 나한테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 나는 전부 알고 있으니까, 널 라울이라고 생각 안 할 거야. 영원히.
그러니까 널 그냥 내버려 두면, 나는 라울을 잃게 되겠지.
 
라울?:...그렇군요.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당신을 억지로라도 묶어두는 수밖에...
 
그가 또다시 손을 들어올립니다. 이대로는, 이전과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될 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키르:(손을 못 쓰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이 정도 거리면 가능하다. 손 잡아 누르고 입맞춘다. 어젯밤에 그가 했던 것처럼.)
(주문을 지금 사용합니다)
 
마력을 얼마나 사용하나요?
 
최소 수치 3, 최소 시간 10분.
 
마력을 1씩 더할수록 시간이 10분 추가됩니다.
 
키르:(최소 수치 3 사용합니다)
 
키르, 마력 3, 이성 3 차감됩니다.
 
미묘한 온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갑니다.
 
약간의... 갈증이 입니다. 남의 것을 탐하고 싶은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눈앞의 라울... 아니, 라울 행세를 하는 물 인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키르:(입술 핥고 혀를 밀어넣어 치열을 훑는다. 이 순간에 라울과 했던 키스가 생각나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네. 잠시 숨 고르며 거리를 살짝 벌리고) 뭘 그렇게 쳐다 봐? 눈 감아. (벌려놓은 입 안으로 다시 혀를 밀어넣고 타액을 섞는다.)
 
라울?:...키, 르. 아니, 잠... 잠깐... 만... (얼굴이 확 붉어지며 주춤 뒤로 물러난다. 말을 하려 입을 벌렸다가 혀가 들어오면서 소리가 막힌다. 어쩐지 슬픈 표정으로 키스를 이어간다.)
 
...그의 몸은 따스하고, 조금은 단단합니다.
 
라울에게서 많은 걸 뺏어갔나보죠.
 
그러나 당신의 키스가 이어지고, 짙어질수록 그의 몸은 다시 차가워집니다.
 
혀를 섞을 때마다 물컹한 질감이 강해지고...
 
마침내 물컹한 물처럼... 서서히 물러집니다.
 
몸이 뜨겁습니다. 너무 많은 열기를 뺏어와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라울에게 돌려줄 수 있다니,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당신 눈앞에 있는 것은 이제... 온기를 완전히 잃었으니까요.
 
키르:...하. 이제 차가워졌네. 네가 태어날 땐 이랬어? (물컹한 얼굴 조심히 쓸어내린다.) 미안.
 
눈앞의 물 인간. ...한때는 라울이길 원했던 것이 일렁입니다.
 
...시야가 흐려서?
 
아닙니다.
 
...그의 몸이 정말로 일렁입니다.
 
SAN 1/1d3
 
키르:
SAN Roll
기준치: 77/38/15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라울?:...키르. 난, 그래도...
나의 기억을 읽고, 결국엔...
당신을 사랑, 하고 싶...
 
...
 
...
 
눈물이 흘렀던가요.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눈물이었든, 아니든.
 
그가 흘리기도 전에 온몸이 물이 되어 흩어져 버렸으니까요.
 
한 사람이기 전에... 하나의 존재조차 되지 못했던 이것을 뭐라고 부르고, 어떻게 보내줄 수 있을까요.
 
남은 흔적조차 증발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텐데.
 
...
 
바닥과 당신의 몸은 물로 흥건합니다.
 
...받아온 열기 탓인지, 어이없는 상황 탓인지.
 
당신의 몸은 뜨겁습니다.
 
키르:...축축하네. 하, 이런 기분으로 키스하고 싶진 않은데. (굳이 털어내진 않는다. 어쨌든 태어나고 살아갔던 누군가의 흔적이니. 이제 나 아니면 기억해 줄 사람도 없겠지.)
(축축한 손으로 자고 있는 라울 얼굴 쓸어보고) 오늘 널 위해서 한 명 죽였어. ...이렇게 말하니까 완전 미친놈 같잖아? (피식 웃고)
(천천히 고개 숙여 입을 맞춘다. 왜 키스할 때마다 다른 사람 생각이 나지? 조금 양심에 찔리는데.)
 
입술을 겹치고, 당신이 가진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빼앗겼던 것이 다시 자리 잡기를, 그리하여 당신이 기억하는 그로 돌아오기를.
 
...
 
하루에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탓일까요? 조금 피곤하기도 하네요.
 
몸이 식어버리면서 잠이 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키스도 한 마당에 옆에 누워잔다고 독감이 옮겨붙지는 않겠죠.
 
하룻밤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걸릴 거면 진작에 걸렸을 테니.
 
그러니...
 
내일 아침에 만나요.
 
...
 
...
 
...키르.
 
라울:키르.
일어나요.
 
키르:음... (뒤척이다가 슬쩍 눈 뜬다.)
...잘 잤어?
 
라울:예. (당신의 손을 끌어 볼에 댄다.)
...이제 좀 만질 만합니까?
 
당신의 손이 닿은 라울의 볼은...
 
단단합니다.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얼굴이에요.
 
따스하고, 단단하고... 살아 있습니다.
 
제대로 형태를 갖추어서.
 
이 추운 날, 거대하고 안온한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물에 쫄딱 젖었던 어젯밤으로 더더욱이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네요.
 
겨울이 끝나가는 걸까요.
 
얼었던 눈을 뚫고, 빗방울이 쏟아지면서
 
물방울은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떠내려 갑니다.
 
잔잔히, 그리고 멀게.
 
End. 1
 
처방